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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한국에서 '이슬람'으로 살아보니… "라면 맛 궁금한데…"

무슬림사랑 2019-04-13 (토) 07:48 2개월전 121

'무슬림의 하루' 지내보니 그저 '평범한 이웃'…"편견 속상하지만, 한국인들 좋은 사람이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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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스라(24·터키)는 얇은 녹색 야상에 트레이닝복 바지, 아디다스 운동화 차림으로 나타났다. 노란 머리 염색에 뿌리 쪽은 적당히 흑발이 자랐다. 흔히 볼 수 있는 외국인 유학생의 모습이었다. 유튜브와 드라마를 좋아하고, 어제 친구들과 벚꽃놀이를 다녀왔다며 사진을 자랑하기도 했다. 기자의 20대 친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른 건 한 가지였다. 뷰스라가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이란 것. 

무슬림의 하루가 궁금했다. 15만명. 국내 0.3%정도인 이들은 한국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우리와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를까. 그들은 뉴스 댓글이 말하는 것처럼, 정말 나쁜 사람들일까. 직접 같이 반나절 정도를 보내면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루 일상을 공유해 줄 무슬림을 수소문했고, 그렇게 대학원생 뷰스라를 만났다. 

◇오후의 마트 쇼핑, 뷰스라는 '라면 맛'이 궁금하다 

주말 오후, 뷰스라의 간식거리를 사러 한 대형마트에 갔다. 인파 사이로 능숙하게 카트를 끄는 모습이 범상치 않았다. 코너 위치도 꿰고 있는 것 같았다. 뷰스라는 대부분의 식재료 쇼핑을 여기서 해결하는 '단골'이었다. 

하지만 '무슬림 뷰스라'의 간식 쇼핑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뷰스라는 끌리는 과자를 발견하면 뒷면 성분표를 꼼꼼히 살폈다. "이건 안 되겠네요"라며 돌려놓는 일이 열에 아홉이었다. '할랄(Halal)'이라는 이슬람 율법에 의해 무슬림은 아무거나 먹을 수 없다. 돼지고기는 금지되며, 다른 고기도 '자비하(Zabihah)'라는 종교 의식에 따라 도축된 것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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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엔 할랄이 많은데 한국엔 많이 없어요." 뷰스라는 아쉬워했다. 특히 뷰스라는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라면' 맛이 너무 궁금하다. 국내 라면 제조사들이 할랄 인증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수출용 제품 위주라 국내에서 찾기는 어렵다. 산처럼 쌓여 있는 라면 더미를 뒤져봤지만 뷰스라가 먹을 수 있는 제품을 찾지 못했다. 

다만 할랄의 불편을 빼면, 뷰스라의 쇼핑은 우리 일상과 다르지 않았다. 다이어트 중이라며 설탕이 없는 무가당 요거트를 고르고, 시리얼과 함께 먹을 우유도 집었다. 쇼핑은 쇼핑이었다. 뷰스라가 고향 터키에서 했던 것처럼, 우리가 한국에서 하는 것처럼.  

◇하루 다섯 번 기도? 서울에서는 "쉽지 않아요" 

쇼핑을 마치니 기도 시간이 됐다. 무슬림은 하루 다섯 번 예배를 해야 한다. 기도 시간을 알려주는 모바일 앱도 있다. 뷰스라가 다니는 H대학교의 '무슬림 기도실'로 향했다. 최근 유학생 증가로 H대학교를 비롯한 몇몇 학교들은 무슬림을 위한 기도실을 만들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학교에서 멀리 나가면 예배는 어떻게 할까. 뷰스라는 "서울에 기도실이 정말 부족해요. 멀리 나간 날은 어쩔 수 없이 집에 돌아와 밀린 예배를 드리지만, 예배 시간을 놓치면 섭섭해요"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서울시 무슬림 기도실은 14개로 집계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관광지를 중심으로 기도실 2~3곳을 확충할 계획이었으나, 보수 기독교계 등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H대학교 기도실엔 이슬람교 경전 코란과 히잡 등 기도에 필요한 물품들이 구비돼 있었다. 한쪽 칠판엔 예배 일정이 빼곡했다. 뷰스라는 능숙하게 히잡을 두르고 바지 위에 긴 치마를 덧대 입었다. 예배를 구경할까 했지만, 방해하고 싶지 않아 밖에서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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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뷰스라는 기도 시간 외에 히잡을 쓰지 않았다. 물어보니 '개인의 자유'라는 답이 돌아왔다. 종파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일단 뷰스라의 고향 터키에서는 자유라고 했다. 불교 신자라고 해서 모두 머리를 밀거나 육식을 금하는 게 아닌 것처럼, '히잡'으로 여성 무슬림을 묶어 규정하는 것도 편견일 수 있었다. 

뷰스라는 뜻밖의 일화를 말해줬다. "제가 히잡을 안 쓰니까, 한국에서 알게 된 어떤 사람이 '예쁜 얼굴 안 가려서 좋다'고 말했어요. 좋은 뜻으로 한 말이었겠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았어요. 히잡이 나쁜 건 아니잖아요. 우리 어머니도 히잡을 하는데..." 사소한 '편견'이 아쉬울 때가 있다는 이야기였다. 

◇#맛집 #일상 #할랄을_찾아서 #스마트폰 

예배를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니 출출해졌다. 조금 이른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뷰스라가 자주 간다는 케밥집으로 향했다. 이 식당을 찾는 것도 뷰스라에겐 고비였다. 인근에 닭고기·소고기 등을 파는 식당이 많지만, 뷰스라는 이들이 '자비하'를 잘 지키는지 알 수 없어 걱정됐다. 케밥 가게가 그나마 안심이 된다고 했다. 

무슬림이 마음 놓고 갈 수 있는 할랄 식당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7월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할랄 음식점은 2016년 135개에서 지난해 237개로 75.6% 증가했다. 그러나 '공식 할랄 인증'을 받은 음식점은 같은 기간 13개에서 14개로 겨우 한 개 늘었다. 

뷰스라도 한국에서 '음식 문제'가 가장 어려웠다. 친구들을 많이 만들고 싶은데, 비(非)무슬림 학생들과는 식당을 함께 가기 어렵다. "가려면 갈 수 있지만, 고기나 술을 먹고 싶은 친구들을 괜히 불편하게 만들기 싫어서 밥을 같이 못 먹을 때가 많아요." 뷰스라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회식'도 가 보고 싶지만, 가면 먹을 것이 없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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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스라는 케밥을 주문하고 가게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다. 슬쩍 보니 SNS에 꽤나 열심인 유저 같았다. 20대가 인스타그램을 즐기는 건 기사거리도 아닌 '당연한 일'이지만, 지난해 무슬림 난민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왔다며 비난한 일부 여론이 새삼 떠올랐다. 기자도 집에 불이 나면 스마트폰부터 챙겨 피신할 것 같은데, 그 당연한 일을 '별일'로 보게 만드는 편견이 안타까웠다.

예멘 난민에 대해 묻자 뷰스라는 "누가 자기 나라를 떠나고 싶겠어요. 선택권이 없었겠죠"라고 말했다. 이어 "터키에도 중동 난민이 많이 와요. 그들이 힘들게 살고 있어 슬프지만, 죽지 않아서 행복해요. 우리는 다 인간이잖아요. 한국 사람들도 (난민들을) 도와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부탁했다. 무거워진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터키 음식'으로 화제를 돌렸다. '만국의 공감대' 음식 이야기를 곁들여 즐거운 식사를 마쳤다. 

◇'편견의 강' 거슬러..."악플 가끔 섭섭하지만, 한국 사람들 믿어요"

뷰스라가 준비한 '터키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실례를 무릅쓰고 물어야 할 게 있었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이슬람 혐오'에 대해서 운을 뗐다. "너무 슬퍼요"라며 뷰스라는 얼마 전 본 유튜브 댓글 캡처 화면을 보여줬다. '이제 히잡만 봐도 역겹다' '개슬람' 등 '악플'이었다. 얼마나 속앓이를 했을지 짐작이 갔다.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한국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요." 외교관을 꿈꾼다는 뷰스라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뷰스라는 "학교에서 만나는 한국 사람들은 편견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렇게 나쁜 댓글을 보면 속상해요"라면서도 "물론 터키에도 인터넷에 나쁜 댓글만 다는 사람들이 있어요. 하지만 적어요. 그래서 한국 사람들도 다 그렇지 않은 거 알아요"라며 웃었다. 미안했다. 뷰스라는 "테러는 종교의 문제가 아니에요. 무슬림들은 테러리스트들을 무슬림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그들은 이슬람을 이용할 뿐이에요"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왜 이런 편견을 갖게 됐을까. 이희수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이슬람 사회와 접촉이 없는 상태에서, 이슬람에 적대적인 서구 매체의 부정적 사건·사고 위주 뉴스로만 이슬람 세계를 접했기 때문"이라며 "주류 이슬람 공동체에 대해선 잘 모르고, 이슬람 사회에서도 이미 '비(非)이슬람'으로 낙인찍힌 극소수 급진주의자들 이야기로 그들 전체를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미 글로벌 시대로 접어든 지 오래다. 다른 세계와 공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인데, 전세계 4분의1인 18억 이슬람 인구를 적대관계로 설정한다는 것은 허구"라며 "우리 안의 편견과 종교적 도그마를 걷어내는 것은 물론, 교육·언론·지식사회 등이 '원래의 이슬람'을 볼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성숙된 인식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뷰 후, 뷰스라에게 익명 처리를 원하냐고 물었다. 뷰스라는 잠시 고민하다가 실명을 써 달라 했다. 이유를 물었다. "제가 이름을 쓰면 좀 더 진심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뷰스라와 인사를 하고 취재를 마쳤다. 돌아가는 전철역 앞, 누군가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가수 강산에의 노래였다.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살고 있을 한국의 무슬림들이 눈앞에 스쳤다. 

에필로그 

취재 이틀 뒤인 화요일, 점심시간에 '무슬림 체험'을 해봤다. 돼지고기는 안되고, 다른 고기도 '자비하'에 걸릴까봐 조심하니 식당을 찾기가 어려웠다. 할랄 식당을 검색했지만 멀거나 비쌌다. 대안을 찾아 헤매다 보니 어쩌다 먼 김밥집에서 '야채김밥'을 먹게 됐다. 햄 빠진 김밥을 씹으며 '쉽지 않았겠구나' 생각했다. 

뷰스라는 방학 때 아르바이트에 도전할 생각이다. 한국어를 연습하고, 한국인 친구도 만들고 싶어서다. 참 소소한 기대였다. 누군가는 치열하게, 누군가는 뷰스라처럼 소소하게 살아가고 있을 한국의 무슬림들. 쉽지 않은 나날을 보내는 우리의 평범한 이웃들에게 안부를 전한다.

출처 : 
http://news.mt.co.kr/mtview.php?no=2019040913013380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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